추석 연휴 막바지. 우리는 예정 없이 급조로 여행을 떠났단다. 오롯이 너를 위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먼 거리를 불사하고 엄마 아빠는 명절 후유증을 버텨내며 강원도로 향했단다. 양떼목장 부터 강릉 해변 모래사장에서도, 평창 루지파크에서도 더 놀고 싶다며 떼쓰는 너의 모습에 이상하게 화가 나지도, 힘들지도 않았단다. 오히려 자주 놀아주지 못한 아빠 스스로를 자책하며 너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었단다. 매 순간 나름 최선을 다해 놀아주려 노력했지만, 너에게는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 아빠는 너와 함께해서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었던 건 확실하단다. 요즘 부쩍 너의 기억력에 흠칫 놀라곤 하는데, 이번 여행도 세린이의 기억 한 켠에 오래도록 새겨지는 행복한 순간이었길 바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