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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1월 04일 목요일 - 달봉이에게 쓰는 일기
달봉아. 힘겹게 버티고 버티다 결국은 밤하늘 작은 별이 되었구나. 어제저녁부터 호흡이 거칠어지고 마른 기침을 하며 잠 못 드는 모습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아빠는 새벽까지 잠 못 들다 술김에 겨우 잠이 들었단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거실로 나가니, 평소와 다른 눈빛으로 빤히 아빠 얼굴만 바라보는 네 모습이 아직도 가슴 깊이 아른거린단다. 힘겨워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아빠 얼굴만 빤히 쳐다보는 네 모습에 출근길 발걸음이 어찌나 무겁던지. 마지막을 직감한듯한 너의 모습에 아빠는 내내 불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단다. 업무 중 네가 위독하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는 업무를 내팽개치고 황급히 병원으로 향했지만, 너의 마지막을 함께해 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단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빈 집에서 엄마 아빠만 기다리던 너인데, 마지막까지 얇은 숨을 내쉬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아빠를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그동안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고,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 같아 정말 미안해. 너의 한평생을 엄마아빠와의 추억으로 채워줘서 고맙고, 아빠의 20, 30대를 행복한 추억으로 채워줘서 진심으로 고맙단다. 사랑하는 달봉아,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친구들과 즐겁게 잘 지내길 바래. 미안한 부탁이지만, 하늘에서 한 번만 더 엄마 아빠를 기다려 주겠니? 사랑한다. 나의 댕댕이 달봉이.
2023년 11월 0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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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쩍 떼쓰는 네가 걱정이란다. 요즘 네가 자기 주장이 강해지면서,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눈물부터 보이는 모습에 엄마 아빠는 육아가 호락하지 않다는 걸 몸소 깨닫고 있단다. 밤 11시, 지금도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 까까 먹고 싶다며 통곡하고 있는 너를 보니 영락 없이 내 딸이 맞구나 싶다. 너를 재우다 지쳐 홀로 잠든 엄마와, 모른 척 PC만 하고 있는 아빠는 네가 울다 지쳐 잠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단다.
2023년 10월 29일 일요일
오늘은 세린이의 첫 어린이집 운동회였단다. 우천으로 운동회가 한차례 연기되었는데, 덕분에 다행히 우리 가족 모두 첫 운동회에 참가할 수 있었단다. 아빠는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학부모로 함께 한다는 것이 다소 낯설고 부담스럽기도 해서 내내 소극적인 모습으로 운동회에 임했던 것 같아. 그런 아빠 앞에서, 종일 씩씩한 모습으로 운동회를 즐기는 세린이 모습을 보니, 아빠의 모습은 굉장히 어색하고 부끄럽게 느껴졌단다. 네가 아직은 어려 운동회를 완전히 즐기기에는 무리였지만, 한층 더 성장해 있을 내년 운동회에는 아빠와 후회 없이 신나게 즐겨보자꾸나. 고맙고 미안하다 내 딸.
2023년 10월 22일 일요일
오늘은 세린이가 태어난 지 벌써 천일째가 되는 날이란다. 핏덩이였던 너를 개봉동 집으로 데려와 안절부절못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제법 의젓한 어린이가 되어 있는 너를 보니 사뭇 시간이 빠르다는 걸 느낀단다. 지난 천일 동안 너 때문에 적어도 만 번은 웃고 울었던 것 같다. 엄마 아빠의 삶은 어느샌가 너로 인한 것이었고, 모든 것이 너를 위한 것이었단다. 그동안 큰탈 없이 잘 자라준 세린이에게 고마움뿐이란다. 지금처럼 아픈 곳 없이 건강하고, 항상 밝게 웃는 세린이로 자라주길 바래. 너의 미소는 엄마 아빠의 전부란다.
2023년 10월 17일 화요일
지난 주말 캠핑때 부터 열이 나기 시작 하더니 지금까지 열이 떨어지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세린이가 걱정이란다. 최근까지 웬일로 병원을 멀리하는가 싶더니 결국 아데노바이러스는 피해 가지 못하는구나. 밤에 39.5도가 넘는 고열로 고생하는 너를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있으니 잠 못 이루며 초등학생이던 아빠의 온몸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던 돌아가신 네 친할머니 생각이 났단다. 아빠의 엄마가 그랬듯, 아빠도 아픈 너를 보니 대신 아파주고 싶을 만큼 마음이 아팠단다. 아픈 와중에도 엄마 아빠가 걱정하는 걸 알기라도 하는 듯 밝게 웃는 너의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고맙고 기특했단다. 얼른 나아 돌아오는 주말 아빠와 재미있게 놀아줬으면 좋겠구나. 사랑한다 내 딸.
2023년 10월 11일 수요일
얼마 전 세린이가 아빠에게 퉁명스럽게 잔소리를 하다가 어디서 배워 왔는지 모를 좋지 못한 말을 했단다. 어린이집에서 언니 오빠들과 놀다가 배워 온 건지 엄마 아빠가 은연중에 내뱉은 말을 따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듣고 세린이 앞에서 언행을 바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빠의 뇌리에 스쳤단다. 네가 늘 좋은 것만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아빠가 좀 더 노력할 생각이란다. 마음씨 만큼이나 예쁜 말만 하는 세린이가 될 거라고 아빠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랑한다 내 딸.
2023년 10월 07일 토요일
모처럼 청주 할아버지 댁에서 태리 언니, 하리와 함께 즐거운 시간 잘 보내고 왔니? 작년 할아버지 댁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너를 보고 있으니 세린이가 정말 많이 컸구나 싶었단다. 비록 아빠의 도움이 좀 필요하긴 했지만, 무서워서 잘 타지 못하던 기구들도 이제는 용기 내어 한발 한발 내딛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하던지. 언제나 모든 일에 용기 내어 도전하는 씩씩한 세린이가 되길 바랄게. 너의 모든 순간, 아빠는 늘 한걸음 뒤에서 네가 넘어지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고 있을 테니까.
2023년 10월 06일 금요일
오늘은 세린이가 방아쇠무지증 검진을 위해 엄마, 할머니와 함께 병원에 다녀온 날이란다. 작년 첫 내원 때 세 살 즈음 알아서 펴질 거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고대하며 기다렸건만, 엄마 아빠의 바람대로 너의 엄지손가락은 펴지지 않고 아직 굽어 있어 서란다. 오늘 병원에서 결국 수술을 권유하는 말을 듣고 아빠 마음은 너무 무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세린이가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아이라는 것에 내심 안도가 된단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엄마 아빠와 장난스러운 대화도 나눌 수 있는 평범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낀단다. 퇴근 후 할머니 집에서 이면지 뒤에 색연필로 그린 너의 그림을 보고 있으니 너의 아픈 엄지손가락은 별거 아니었구나 싶다.
2023년 10월 02일 월요일
추석 연휴 막바지. 우리는 예정 없이 급조로 여행을 떠났단다. 오롯이 너를 위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먼 거리를 불사하고 엄마 아빠는 명절 후유증을 버텨내며 강원도로 향했단다. 양떼목장 부터 강릉 해변 모래사장에서도, 평창 루지파크에서도 더 놀고 싶다며 떼쓰는 너의 모습에 이상하게 화가 나지도, 힘들지도 않았단다. 오히려 자주 놀아주지 못한 아빠 스스로를 자책하며 너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었단다. 매 순간 나름 최선을 다해 놀아주려 노력했지만, 너에게는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 아빠는 너와 함께해서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었던 건 확실하단다. 요즘 부쩍 너의 기억력에 흠칫 놀라곤 하는데, 이번 여행도 세린이의 기억 한 켠에 오래도록 새겨지는 행복한 순간이었길 바란단다.
2023년 09월 30일 토요일
세린이가 말이 트이면서 엄마 아빠에게 의사표현을 할줄 알게된 이후 처음으로 보내는 명절이란다. 자주 보지 못해 어색해 하던 청주 할아버지, 삼촌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서툰 말과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던 너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양들에게 먹이를 먹여주며 신나 발을 동동 구르던 모습, 루지를 직접 운전 해보겠다며 슬며시 핸들을 잡고는 아빠 눈치를 보던 모습, 삼촌과 처음으로 타본 어른 바이킹에서 겁에 질려 벌벌 떨면서도 울음을 꾹 참던 용감한 모습. 이렇게나 세린이가 건강하게 잘 자랐음에 아빠는 내심 울컥하고 감사한 마음이었단다. 언제나 아빠보다 엄마가 더 좋다고 하는 너지만, 그럼에도 아빠는 세린이를 너무 사랑한단다. 항상 건강하게 잘 자라주렴.
2023년 09월 28일 목요일
산들 바람이 부는 포근한 자연의 품에서 뛰노는 너의 모습을 보니 하늘 아래 너만큼이나 사랑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배추잎을 따다, 들꽃을 꺾어다가 닭에게 먹이를 주던 어엿한 모습도, 연아 언니에게 장난감을 뺏기지 않으려 투정 부리던 고집스런 모습도 매 순간 너의 표정, 감정, 모든 것이 아빠에게는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단다. 포근한 자연의 품 안에서 언제나 순수하고 맑은 아이로 자라나길 아빠는 기도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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